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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 그리고 돈과 행운을 잡는 비법

글의 힘

힐링아재 2022. 1. 25. 10:56

위 그림은 광활한 대지에 강이 굽이굽이 흘러 오는 모습입니다. 멀리서 지평선과 맞닿은 하늘에서 밝은 빛이 드러나면 물길을 따라 흐르는 강물에서도 초록빛을 발합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언젠가 물길은 흐르고 흘러 큰 바다에 닿겠지요.

 

최근에 제가 나태주 시인을 좋아하게 되어 나태주 시인의 작품을 몇 권 읽다가, 그 시인이 좋아하는 시들을 엮어 만든 시집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까지 읽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그 시집의 어느 페이지에서 '우리가 물이 되어' 라는 시를 찾게 되었습니다. 

 

이 시는 아주 오래 전에 나온 작품인데, 제가 어린 시절에 읽고 매우 감성에 젖었던 작품입니다. 강은교 시인의 작품이며 제목은 '우리가 물이 되어' 입니다. 대학입학을 준비하던 어린 시절, 언어영역 예상 문제집을 풀던 중 한편의 시가 지문에 등장했습니다. 그냥 무심코 시를 읽고서 문제를 풀려고 하는데 그 순간 '아, 이 시는 뭔가 뜻이 장대한 시로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 시가 왠지 모르게 끌려서 문제집의 지문 부분을 잘라서 수첩인가 어딘가에 꼬깃꼬깃 넣어 두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후로 한참을 잊고 살았는데, 나태주 님의 책에서 정말 오랜만에 다시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다음은 그 전문입니다. 

 

 

 

 

우리가 물이 되어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 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 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 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고등학교 시절 저는 몸이 아팠기 때문에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기간도 길었고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몸이 아픈 줄도 모르고 그냥 참고 버티다가 이미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쳤는데,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서 오히려 나태해졌다는 오해를 많이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답답한 마음 뿐이었던 그 시절, 스스로 많이 비관도 했고 의지도 꺾였습니다. 아무런 희망도 느껴지지 않았던 길고 긴 기간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이 시를 발견하고서 잘 간직하면서 읽고 또 읽어보았습니다. 과연 무엇인지 몰라도 시에서 느껴지는 어떤 감동과 에너지가 있었습니다. 그 에너지가 저로 하여금 다시 힘을 내게 했구요. 

 

나태주 시인은 그의 책 서문에서, 시가 우리를 위로해주고 힘이 되어주고 마음에 약이 되어준다고 했습니다.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저는 글의 힘을 믿습니다. 이 시는 이렇게 말하는 듯 합니다. '우리가 물이 되어 다시 만나기까지, 참고 견디면서 그 때를 기다리자. 그러면 그때는 비로소 창대한 무엇인가가 펼쳐질 것이다..' 라고 말입니다. 비록 지금은 때가 아닐지라도, 언젠가 큰 무언가를 위해 기다릴 수 있고 인내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 상황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이 시국에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희망 뿐입니다. 비록 지금 모두가 힘들지라도 언젠가는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 말입니다. 

 

하루 하루가 힘들지만, 참고 견디면서 차근차근 자기 앞에 놓인 할 일을 잘 해낸다면 반드시 이 시기를 벗어나는 순간이 도래할 것입니다. 답답해서 지금이라도 당장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뭐든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충동이 일지만 그것은 일시적인 불꽃 같은 감정일 뿐입니다. 급기야 일부 시민들이 코로나로 인해 답답함을 호소하면서 방역 정책을 위반하는 사례가 뉴스에 종종 등장하고 있습니다만 모두가 아직 섣부른 판단일 뿐입니다.

 

코로나 시기에 대박을 치는 사업이나 직종도 물론 일부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업장에서는 매출이 급감하여 힘들고 답답한 사정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심한 경우는 사업이 아예 망하거나 실직을 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지금은 모두가 힘든 것입니다. 특히 공연이나 예술 분야에서는 오랜 기간 공을 들였던 것이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되고 마는 경우도 부지기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방역 수칙을 어기면서까지 아우성치면서 생계유지를 보장해달라는 호소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많이 힘들겠지만, 우리는 질서를 지키면서 묵묵히 때를 기다려야 합니다. 위의 시에서도 말했듯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는 구절은 뭔가 우리에게 말하려는 우려섞인 경고 같습니다. 아직 더 기다리고 인내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반드시 코로나와 작별하고 새로운 시작이 도래할 것입니다.   

 

 

 

 

   

 

 

인용;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나태주/ 넥서스/ 2020/ p.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