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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

코로나 시대 올바른 음주법

힐링아재 2021. 7. 16. 13:25

아이를 잠시 엄마에게 맡기고 토요일 오후에 지인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여전히 코로나는 연일 확진자가 최고수치를 기록하고 있고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사람 만나는 것도 두려워 퇴근하면 두문불출하고 집에서만 지내다가.. 좀 답답하기도 해서 오랜만에 용기를 내봤습니다.

 

주말 오후에 아이와 함께 거리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웬걸 토요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차도 막히고 심지어 마스크를 안 쓴 사람들도 여럿 보이는데.. "아빠, 코로나인데 왜 이렇게 사람들이 많아?.. 저 사람들은 왜 마스크 안써?" 아이가 물어보네요. 코로나로 다들 힘드니까 전염을 막도록 외출도 하지말고 꼭 마스크를 써야한다고 학교에서 단단히 교육을 받은 아들은 이런 풍경이 생소했나 봅니다.

 

"그래, 사람들이 넘 많다, 마스크도 안 쓰고.. 안전수칙을 안 지키는 사람들이 많은가 보네.." 라고 아들에게 말해줬지만,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이 된 아이의 표정을 보니 영 달갑지 않은가 봅니다. 아무리 토요일 오후라도 그렇지..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모여있는 건 제가 보기에도 좀 그랬습니다. 코로나 시대인데 말이죠.

 

사람들이 많고 차도 많은데 어찌어찌 택시를 겨우 잡아 탔습니다. 길이 막히는 덕분에 택시 기사님과 대화가 오고갔네요. 연세가 지긋하신 기사님은 저에게 코로나 조심하라며, 지인들 몇몇이 확진판정 받아서 오늘~내일 하는 모습을 봤다며.. 백신 꼭 맞아야 한다며.. 이런 저런 충고아닌 충고를 해주시네요. 하긴 아이를 키우는 저도 아이를 위해서 코로나를 조심하는게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택시기사님이 대뜸 저를 보시면서 "오늘 한잔 하시겠군요. " 라고 하시면서 대답도 듣지 않고, 자기가 원래 아주 술을 좋아하고 술친구도 많았는데 다들 먼저 가버렸다고 말씀 하십니다. 자기는 지금도 술을 잘 마시지만, 조절을 잘해서 지금까지 건강하다고.. 저는 '오늘 나 술 약속 있는거 어떻게 아셨지??' 생각했지만, 저는 대뜸 "참 대단하십니다.." 라며 별 생각없이 응수했습니다.

 

어느덧 목적지에 아이랑 도착한 저는 아이를 엄마 가게에 맡긴후 다시 나와 지인과 만나는 장소로 출발했습니다. 택시를 다시 잡아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차들이 많고 복잡한 주말 오후라 택시 잡기도 힘든 일이죠. 아 그런데 저 멀리서 빈 택시가 보입니다. 다행히 시간 끌지 않고 쉽게 택시를 탔습니다.

 

"00터미널까지 가주세요" 목적지를 말하자, 기사분이 웃으면서 "하하 아까 그 분이시네" 라고 하시길래 얼굴을 보니 아까 그 기사님에 그 택시였던 겁니다. 반갑기도 했고 기분이 묘했습니다. 기사님은 "내가 30년 가까이 택시를 몰고 다니지만, 같은 손님을 연달아 만난 경우는 세 손가락 안쪽인데 그려.." 라고 하십니다.

 

"아, 그러시군요. 어쨌든 고맙습니다, 덕분에 금방 택시 잘 잡았네요" 라고 대수롭지 않게 답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뭔가 이런 상황에 소중한 메시지나 중요한 어떤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기사님을 다시 만난 게 어떤 중요한 일 때문이 아닐까요?"라고 물었습니다. 저의 말을 듣고 기사님은 별 말씀은 없으신데.. 저 스스로 잠깐 생각해보니, 아까 기사님과 나누던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아까, 저에게 술 드시던 이야기 해주셨는데, 그게 좀 중요한 게 아닌가 합니다. 좀 더 말씀해주시죠" 이렇게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기사님께서, 기다렸다는 듯이 "젊은 사람들은 술을 조절하는 방법을 아셔야지" 라고 말씀하시네요. 아하, 그러니까 술을 좋아하고 잘 드시지만 조절을 잘해왔기에 지인들보다 건강하게 오래 사시는 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뭐랄까, 올바른 음주법이나 비결 같은 것을 듣고 싶어졌습니다.

 

저는 반사적으로, "그렇다면 올바른 음주법이 무엇인지 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기사님은, "딱 하나만 지키면 돼, 딱 하나만." 이렇게 말씀하셨죠. 뭔가 아주 중요한 비밀을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게 뭔가요?" 저는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막잔을 놓아야 돼요"

 

기사님은 이 말 한 마디만 하셨습니다. "막잔을 놓으라구요?" 뭔가 많이 들어본 말이었습니다. 기사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술 마시다보면 막잔을 놓기가 힘들거든..". "하지만 막잔을 마시지 말고 내려놓는 연습을 하면, 그게 가능해지고 실수도 없어지고, 건강도 좋아지는 거에요".

 

'막잔을 놓아라'.. 저는 이미 들어본 말이었지만, 그날 그 기사님이 말씀해주신 한 마디가 뭔가 명언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곧바로 핸드폰 메모장에 적었습니다. 잠시 생각해보니, 제가 2,30대 시절.. 젊은 혈기에 수많은 술자리를 가졌었지만, 술자리 마지막에 실수를 했거나 불쾌했던 경험 혹은 다음날까지 힘들었던 경우를 생각해보면.. 항상 마지막 한잔을 내려놓지 못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분위기에 휩쓸려서, 혹은 취기가 실려서 취하는 순간에도 절제를 하지 못했던 나 자신의 모습이 마구마구 떠올랐습니다.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그 기사님은 자기 자신도 처음에는 음주라는 것에 조절을 몰랐고 실수를 많이 하셨으며, 건강도 나빠서 병원신세를 많이 지셨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막잔을 놓는 연습을 해보니 점차로 가능해지게 되었고, 그렇게 술자리를 가지다 보니 실수라는 것도 없어지고 체력도 차츰 좋아지셨습니다. 그 결과 지금 현재 고령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몸으로 매일 새벽에 규칙적으로 출근해서 택시 영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날 저녁 저는 지인을 만났고, 지인 두분과 함께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사실 요즘은 술마실 일이 거의 없고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여럿이 술마실 일이 없었죠. 정말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 함께 술자리를 했는데, 문득 그 기사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하지만 막잔을 놓는 것이 쉽지 않더군요. '그렇다면 나도 이제 연습을 하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술자리 예법이나 음주법이 많이 있지만, 어지럽고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딱 한가지만 생각하면 된다고 알려주신 기사님이 고맙게 느껴집니다. 저도 '막잔을 놓을 수 있는' 그런 경지가 되도록 연습을 해야겠습니다.

 

코로나 시대, 우리 마음도 피폐해지고 조절력도 상실되어지는 듯 합니다. 올바른 음주법을 알고 자신을 조절하는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자신을 조절하면 실수도 하지 않고 건강도 좋아집니다. 이건 진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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