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이야기

행복, 그 보이지 않는

힐링아재 2021. 12. 3. 12:55

 

흔히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이고, 듣고 싶은 것만 들리게 됩니다. 보이고 만져지고 들리는 것만 믿고 특히 자기가 듣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만 왜곡해서 인정하려 하지요. 인간이란 참 이기적인 존재입니다.

 

당장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 것은 믿으려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분명 보이지 않지만 무엇인가 존재하고 만져지거나 들리지 않지만 분명한 실체가 있다는 사실을 알 때가 있습니다. 그것이 두렵습니다. 그래서 애써 회피하려 하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런데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 않지만, 애써 그 어떤 존재에 매달리듯 사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랑'이 그렇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존재인 사랑을 갈구하며 사랑에 매달려 살려고 합니다. 아마도 평생을 추구한다고 한들, 원하는 사랑을 쟁취하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일 겁니다.   

 

보이거나 만져지고 들리지도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많은 것들은, 사실 생각보다 중요한 것들이 많습니다. 어쩌면 보이고 만져지는 존재보다도 훨씬 더 중요할지도 모릅니다. 공기처럼 보이지 않지만 우리가 숨을 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듯이 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기의 중요성을 잊고 삽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랑, 자유, 행복, 마음, 영혼... 이러한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 않는 추상적인 개념들이 중요한 것은 알지만 그 중요성을 잊고 삽니다. 잊고 있지만 사실 그것을 생각하는 것이 두렵기도 합니다. 그래서 '보이는 세상에서 살기도 벅찬데, 보이지 않는 세상이라니..' 이런 일종의 포기 혹은 단절된 생각을 애써 유지하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많은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찾는 인생의 종착지나 목표는 보이지 않는 '행복'이나 '자유'가 아닐까요. 물론 보이고 만져지는 물질적인 풍요와 물리적 차원의 자유를 만끽하는 것이 행복이고 자유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 그것이 정신적으로 만족감을 주어야만 진정한 행복이고 자유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물리적 차원을 넘어선 그 어떤 것이어야 하겠죠.

 

'행복'이라는 말을 생각해봅시다. 행복은 어디에서 올까요? 행복은 나만 홀로 떨어진 느낌이 아닌, 누군가에게 사랑을 많이 받아야 얻을 수 있는 것일까요? 사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합니다. 누구든지 타인의 사랑을 받아 행복해지고 싶어합니다. 보이지 않는 사랑조차도 물리적으로 해석하여 그것을 내 안에 가득 채워서 만족을 얻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어느 시인은 다르게 말합니다. 행복이란 사랑을 많이 받아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입니다. 오히려 사랑을 하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말합니다.  

 

 

 

 

행복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흥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방울 연련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인용; 차마, 소중한 사람아/ 강은교 외/ 명진출판/ 1991/ p.74-75

 

 

 

위의 시에서 유치환 시인은 보이지 않는 화두를 다루고 있습니다. 만져지지 않고 보이지도 않지만 인생에서 중요한 화두 즉, 사랑과 행복에 대해 간결하게 적고 있습니다. 

 

이 시에서 그는 사랑을 받는 것보다 사랑을 주는 것이 더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상대방이 받아줄지 등의 여부에 상관없이 그저 사랑하는 것이 행복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마음을 주는 것이 물리적으로는 내 안의 그 무엇을 쌓는 게 아니라 오히려 뺏기는 일인데도, 사랑 받기보다 사랑을 주는 것이 더 행복한 일이라고 말합니다. 

 

과연 그럴까요? 물리적인 법칙을 벗어나는 것인데도 그것이 맞는 말일까요?

 

사실, 사랑을 주면 그것은 부메랑처럼 되돌아와 나에게 다시 사랑이 돌아오게(사랑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내가 받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었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을 하게 되면, 그것은 어떤 형태로든 나에게 돌아오게 됩니다. 많은 현자들이 말하기를, 그럴 때는 오히려 더 커다란 사랑으로 나에게 다시 돌아오게 된다고 합니다. 

 

이는 보이는 세상과 물리 법칙을 벗어난 다른 세상의 원리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오늘은 보이지 않는 존재들, 사랑 그리고 행복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시면 어떨까요.